지난 토요일 어버이날을 맞아 회사에서 공동구매한 꽃바구니를 들고 농사짓고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갔었다. 일흔이 코앞인 아버지는 논농사를 짓어 쌀을 자식들에게 택배로 보내주시고, 할아버지 묘를 모시는 산 중턱의 자그마한 밭을 일구며 깨 등을 심어 올려보내주시곤 한다. 때론 집 안 마당 한켠 비닐하우스에 버섯을 키워 보내주시거나 무공해 상추를 심기도 하시고 때로는 남의 노는 밭에 고추를 심기도 하신다. 그러고도 일이 없으시면 정부에서 하는 공공근로에 나가셔서 무더운 여름 내내 길가의 풀을 베거나 남의 집 조경 꾸미는 데 돌이나 나무를 옮겨 심기도 하신다. 손 재주가 좋으셔서 인지 인정을 받아서 왠만한 일에는 항상 아버지가 사람들을 모아 나가신다. 예전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에 철심을 박고 살아가시는 아버지는 그렇게 1년 내내 이리저리 일을 찾아 내는 재주가 있으신 듯 하다. 아버지와 동갑이신 어머니는 근처 방울 토마토 농장에 일이 있으면 찌는 듯한 비닐하우스에서 반나절 일을 하고 녹초가 되어 돌아오시곤 한다. 부모님이 이렇게 일을 하시는 것은 소일 거리가 없으셔서 그럴까 ?

부모님에게 있어서 정치는 김종필이었다. 그가 무슨 당을 만들었건 어느 놈과 붙어 먹었건 김종필 이름 하나면 끝이었다. 이유는 같은 충청도 고향 사람이니까 뭐라도 하나 더 해주지 않겠냐는 소위 "믿음의 정치"랄까... 근데, 부모님이 달라지셨다. 김종필이 정치판에서 멀어진 탓만은 아닌 듯 하다.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되면 농촌은 거덜날거란다. 부모님에게 있어서 한나라당은 곧 이명박정부다. 정부는 해마다 추수가 끝나면 농민들이 수확한 벼를 보조금을 주어 사준다. 이를 수매라고 하는데, 이전 노무현 정권때 벼 한 가마니당 수매가는 17만원이었단다. 이명박 정권들어 수매가는 11만원으로 확 줄었다. 그만큼 농가 소득이 줄어든거다. 또한 농사 지으라고 정부에서 비료를 보조해줬는데, 이명박 정부들어 이마저 확 줄였단다. 그리고 불법을 막겠다면서 예전같으면 마을 이장이 나누어주던 비료를 이제는 농민들이 구매한 후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후불제로 바뀌었단다. 줄은 것도 속상한데, 후불제라 여간 성가신게 아니라고.. 농촌 어르신만 해당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, 이전 정부에서 지급하던 노인 교통비 보조금도 싹 없어졌단다. 이명박 정부 들어 복지란 복지는 죄다 줄이고 없애고, 강바닥만 파 재끼고 있다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열을 올리신다. 그래서 아버지, 어머니는 시골 촌 구석에 사시면서도 서울시장에 오세훈, 한명숙이 나온 것도 아시고, 오세훈이 되면 안되고 한명숙이 되야한다고 하신다... 한나라당은 생각하기도 싫으신 듯...

전보다 팍팍해진 삶 때문에 아버지 어머니가 일년 내내 종종거리며 일 거리를 찾아 헤매신 거다. 이전보다 줄어든 소득과 자식이 부쳐주는 돈으로는 당신들의 미래가 불안하시기 때문에...

내가 시골 집에 도착한 어버이날에도 어버지는 먼지 수북히 뒤집어쓰고 저녁 무렵에 들어오셔서는 오늘 아니면 힘들다며 논에 물 대러 가봐야하신다며 금방 또 논으로 나가셨드랬는데, 그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역시 아버지 어머니는 일하러 가셨다. 아버지는 논으로, 어머니는 방울토마토 비닐 하우스로.. 오랜만에 찾아온 외아들과 며느리와 손자들을 뒤로한 채 일을 하러 가야하는.. 이것이 농촌의 현실이다.

이번 어버이날, 내게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싫어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.

Posted by 장현춘